작가소개

작가론

꽃병 81x 82 (cm) 2025

스승의 민화, 전통을 머무르게 하는 힘 — 야촌(野村) 윤인수 선생
전통은 누군가의 손에서 비로소 이어진다.

작은 붓끝의 움직임이 모이고, 한 사람의 묵묵한 시간이 쌓여 마침내 하나의 맥을 이룬다. 야촌 윤인수 선생은 그 조용한 축적의 시간을 살아오신 작가이다.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그림으로 말해 왔고,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전통을 바르게 전하는 일에 마음을 두어 왔다. 궁중화 연구소를 운영하며 궁중 장식화의 원형을 깊이 연구하고, 채색의 법과 화면의 질서를 단단히 다지는 한편, 그 토대 위에서 독자적인 창작 세계를 펼쳐 오셨다.

민화는 늘 '전승과 창작'이라는 질문 앞에 선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 둘을 나누지 않으셨다.
"전통을 중심에 두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작으로 가게 된다."

그 말씀처럼, 선생님의 작업은 전통 위에 서서 스스로 길을 열어 왔다. '꽃병' 시리즈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익숙한 도상의 틀을 지키면서도 화면의 구성과 색의 호흡, 질감의 밀도에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전통을 해체하지 않으면서도 머물지 않는 힘 — 그것이 선생님의 민화가 지닌 깊이다.

국내외 각지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전시 도록에 '윤인수 사사'라는 이름을 올릴 때, 그 다섯 글자는 단순한 이력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을 바르게 이어받았다는 증표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

전통은 멈춰 있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손의 기억이다.
이제 그 맥을 함께 이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 공간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장혜옥, 도린회 회장(전)
야촌 윤인수 작가는
원숙한 필력과 왕성한 활동으로 현재 민화 화단을 이끌고 있는 제1세대 작가 그룹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창작과 전통을 넘나드는 넓고 출중한 작품 세계를 자랑하면서도, 민화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는 작품,
즉 "민화다운 민화"만이 민화라고 불릴 수 있다는 지론을 고수하고 있는 작가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필치,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색상 등 야촌의 작품은 완성도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간 16회의 개인전을 포함하여 수백 회의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민화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한민국 민화 전승 문화재 1호"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금도 민화의 보급과 교육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월간민화 2014년 11월호